1. 설레던 주말 배포, 그리고 찾아온 의문의 심사 대기

모든 기능을 구현하고 수차례의 테스트를 거쳐 야심 차게 첫 릴리즈 빌드를 완성했습니다. 주말 동안 신규 사용자를 확보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기분 좋게 App Store Connect에 제출(App Review)을 올렸습니다.

보통 심사 제출 후 하루 이틀이면 승인이 나서 스토어에 배포되곤 했기에, 싱글벙글 매시간 콘솔 앱을 켜서 상태를 확인했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도 앱 상태는 In Review(심사 중)에서 꼼짝도 하지 않았습니다. 일반적인 심사 지연과는 무언가 양상이 다르다는 직감이 들었습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App Store Connect의 메인 대시보드로 접속하자마자, 화면 상단을 가득 메운 강렬한 노란색/빨간색 경고 배너들이 저를 반겨주었습니다.

⚠️ DSA Compliance Warning “Developers must provide their trader status to submit new apps or app updates for distribution in the European Union (EU). To comply with the Digital Services Act, your trader status must be provided or your apps will be removed from the App Store in the EU.”

⚠️ South Korea e-Commerce Act Warning “Under South Korea Law, you must provide and verify information regarding your account. To offer apps or other in-app purchases, you must update your legal entity information prior to signing the Paid Apps Agreement.”

이 두 가지 규정 준수(Compliance) 의무가 발목을 잡고 있었던 것입니다. 코드가 아무리 완벽하고 심사 기준을 통과했더라도, 행정적 요건을 채우기 전까지는 애플이 시스템적으로 앱의 최종 승인과 배포를 강제로 보류(Hold)시킵니다.

주말 배포 일정에 비상이 걸린 순간이었고, 당장 이 의무들이 정확히 무엇인지 팩트체크하며 하나씩 해결해 나가기로 했습니다.


2. EU 디지털 서비스법(DSA)과 Trader Status 팩트체크

1) 왜 애플과 구글은 이토록 민감하게 반응하는가?

디지털 서비스법(DSA, Digital Services Act)은 유럽 연합(EU)이 안전하고 투명한 디지털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제정한 법률로, 2024년 2월 17일부터 전면 시행되었습니다.

중요한 점은 이 법을 위반할 경우 플랫폼 사업자(애플, 구글 등)에게 전 세계 연간 매출액의 최대 6%에 달하는 천문학적인 벌금이 부과될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이 때문에 애플과 구글은 법적 책임을 피하고자 앱 마켓에 참여하는 모든 개발자에게 엄격한 신원 검증과 상인 선언을 요구하기 시작했습니다.

  • 2024년 10월 16일: 신규 앱 및 업데이트 제출 시 Trader Status 입력 필수화 적용.
  • 2025년 2월 17일: 기한 내에 정보 인증을 마치지 못한 모든 기존 앱이 EU 지역 App Store에서 실제로 일괄 삭제(Remove) 처리됨.

2) 나는 상인(Trader)인가, 비상인(Non-Trader)인가?

DSA 규정에 따른 판단 기준은 다음과 같습니다.

  • 상인 (Trader)
    • 조건: 인앱 결제(구독, 구매) 상품이 있거나, 광고(AdMob 등)를 탑재하여 조금이라도 수익을 내는 경우, 혹은 법인/단체 계정인 경우.
    • 의무 사항: 개발자의 주소, 이메일, 전화번호가 EU 27개국 App Store 상세 페이지에 모든 사용자에게 완전히 공개됩니다.
    • 개인정보 보호 팁: 개인 개발자의 경우 집 주소와 개인 핸드폰 번호 노출이 매우 꺼려질 수 있습니다. 다행히 애플 공식 가이드라인상 우체국 사서함(P.O. Box)을 등록하여 사용하는 것이 허용되므로, 개인정보 유출이 염려된다면 사서함 주소를 임대하여 등록하는 대안을 고려해 볼 만합니다.
  • 비상인 (Non-Trader)
    • 조건: 영리 목적이 전혀 없는 순수 무료 개인 앱이거나, EU 스토어에 배포하지 않는 앱.
    • 결과: 상세 페이지에 연락처 정보가 공개되지 않습니다.

3) 신원 증명 서류(Name Identification Document) 제출

상인으로 선언하거나 신원 확인 절차를 밟을 때는 국가에서 발급한 공식 서류를 제출해야 합니다.

  • 개인 계정: 주민등록초본, 주민등록등본, 여권 사본, 운전면허증 사본 등 (한국어로 된 서류 제출 가능)
  • 법인 계정: 사업자등록증 사본 등
  • 업로드 팁: 파일은 10MB 이하의 PDF, JPG, PNG 형식이어야 합니다. 가장 흔하게 거절당하는 사유는 “서류상의 이름과 애플 개발자 계정의 영문/한글 이름이 정확히 일치하지 않는 경우”입니다. 또한, 개인 정보 보호를 위해 주민등록번호 뒷자리와 같이 불필요한 고유식별정보는 검게 지우거나 가리고 촬영(마스킹)하여 제출하는 것이 좋습니다.

한국 주소지로 등록된 계정에서 인앱 결제나 유료 앱을 활성화하려고 하면, 국내 전자상거래법에 의거하여 사업자 정보 등록을 완료해야만 유료 앱 계약(Paid Apps Agreement)의 락이 해제됩니다.

“사업자등록증이 없는 순수 개인 개발자의 선택지는?”

많은 1인/토이 프로젝트 개발자들이 이 단계에서 좌절하곤 합니다. 대한민국 전자상거래법상 국내 소비자에게 유료 재화를 판매하기 위해서는 원칙적으로 사업자등록번호(BRN)통신판매업 신고번호가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사업자가 없는 개인이 취할 수 있는 현실적인 선택지는 크게 3가지로 압축됩니다.

방안 실행 프로세스 장점 단점
방안 1. 개인사업자 등록 (정공법) 국세청 홈택스에서 간이과세자 사업자 등록 ➡️ 구매안전서비스 확인증 발급 ➡️ 정부24에서 통신판매업 신고 ➡️ App Store Connect 입력 한국 스토어 내에서 인앱 결제 및 유료 구독을 포함한 모든 수익 모델 구현 가능 사업자 유지 관리 의무 발생, 추후 부가가치세 및 종합소득세 신고 필요
방안 2. 완전 무료화 및 광고 전환 코드 및 스토어 설정에서 인앱 결제 상품 삭제 ➡️ 무료 앱으로 변경 ➡️ 애드몹(AdMob) 등 광고 SDK 탑재 사업자 등록 및 세금 관리 등의 행정 처리가 전혀 필요 없음 (Free Apps 계약 사용) 결제를 통한 직접적인 매출 창출이 불가능해져 비즈니스 모델이 제약됨
방안 3. 한국 배포 국가 제외 Pricing and Availability 메뉴에서 배포 국가 중 대한민국(South Korea) 해제 국내법의 제약을 우회하여 해외 시장(미국, 일본 등)을 타겟으로 인앱 결제 서비스 가능 한국 사용자는 앱을 다운로드하거나 결제할 수 없음

4. 교훈: 행정(Compliance) 처리는 주말에 일하지 않는다

정보를 모두 기재하고 서류 제출을 마친 뒤 깨달은 가장 뼈아픈 교훈은 심사 부서와 행정 부서의 타임라인 불일치였습니다.

  • 앱 기술 심사 (App Review): 개발자가 올린 코드와 가이드라인 준수 여부를 검사하는 팀으로, 주말을 포함하여 365일 연중무휴로 돌아갑니다.
  • 규정 준수 심사 (Compliance): 제출된 주민등록초본이나 사업자등록증 등을 법적 기준으로 검증하는 법무/행정 팀으로, 평일(영업일 기준, 월~금)에만 업무를 봅니다.

토요일 저녁에 서류를 급하게 제출했기 때문에, 아무리 앱 검토가 주말에 끝난다고 한들 규정 준수 검토가 끝나는 월요일 밤이나 화요일 새벽(미국 캘리포니아 업무 시간 기준)이 되기 전까지는 승인 락이 풀리지 않는 병목 상태에 머물게 된 것입니다.

💡 다른 개발자분들을 위한 체크리스트

  1. 사전 준비: 앱 출시를 1~2주 앞두고 있다면, 미리 App Store Connect 대시보드에 들어가 노란색/빨간색 경고창이 없는지 확인하고 행정적 인증 절차를 미리 끝내두세요.
  2. 이름 일치화: 계정 소유자 이름과 신분증/서류상 이름의 스펠링이 완벽히 같은지 대조해 보세요.
  3. 배포 전략 우회: 만약 월요일 아침까지 당장 승인이 나야 하는 매우 급한 상황이라면, ‘EU 배포 일시 제외’‘한국 배포 일시 제외’ 처리를 통해 규정 준수 의무에서 일시적으로 비껴간 뒤, 승인을 먼저 받아 출시하고 나서 추후에 차근차근 서류 승인을 받는 것도 영리한 릴리즈 전략입니다.

행정 처리는 생각보다 시간이 걸립니다. 다음 배포부터는 이 숨겨진 행정 병목 요소를 개발 일정에 반드시 반영하여 릴리즈가 지연되는 참사를 방지해야겠습니다.